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
노스페이스 최대 실적 경신에 기여
여성 최초·역대 최연소 협회장 취임
"중소 브랜드 육성해 K패션 저변 넓힐 것
中 지재권 침해 심각…패션 IP센터로 대응"
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이 영원무역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내 디자이너 'LEHA'의 올해 SS 시즌 재킷을 입고 인터뷰에 임했다. 한주형 기자
지난 2월 향후 3년간 한국 패션산업계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새 협회장이 선임됐다.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K패션이 막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 400여 개 패션기업이 속한 대형 협회의 수장으로 40대 젊은 피인 그가 추대됐다. 업계에선 K패션의 더 큰 도약을 위한 세대교체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한다.
더욱이 그는 글로벌 의류 제조업체 영원무역을 경영하며 글로벌 패션산업의 생리를 익혔고,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매년 아웃도어 1위 브랜드로서 최대 실적 경신을 견인해왔다. 그가 K패션의 세계화라는 명제를 실현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매일경제는 최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본사 사무실에서 성래은 한국패션산업협회장을 만나 포부와 각오를 물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올 봄여름 시즌 회색 재킷을 입고 나타난 성 회장은 평소에도 세련된 옷차림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협회장에 오른 소감부터 묻자 "어깨가 너무 무겁다"며 운을 뗀 그는 "추대위원회로부터 (회장이 됐다는) 연락받기 전까지 제가 이 자리에 앉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중책이 주어진 것에 고민이 너무 커 협회장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아버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에게 자문도 구했다고 한다.
성 회장은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해보라'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도 아직 두려움이 앞서는 게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 패션산업은 19만4500여 개의 관련 사업체에 44만8000명의 종사자가 몸담고 있다. 그 규모만큼이나 현안도 많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중국 e커머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의 파상 공세다.
성 회장은 "소비자들의 이용이 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며 "우선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건전한 소비 환경을 만들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저희 같은 협회나 기관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 회장과 협회가 주목한 것은 '지식재산권(IP) 보호'다. 성 회장은 "C커머스뿐만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IP 도용과 침해 문제는 업계에 굉장히 위협적"이라며 "브랜드 I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데, 특히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자신의 IP는 물론 타인의 IP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협회는 오는 6월 4일 '패션 IP 센터'를 개소한다. 회원사와 소비자들의 IP에 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위조 상품의 국내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IP 위반을 근절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K패션의 글로벌 IP 보호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성 회장은 "한국 패션이 C커머스 패션과는 품질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는 신뢰가 공고해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단기적 위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K패션의 세계화를 이끄는 것도 협회의 주요 일이다.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 육성 사업'을 진행하며 △K패션 오디션 △트렌드 페어 △글로벌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원 대상을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로 확대했다. 벤처캐피털(VC) 투자 연계 강화를 통해 패션 브랜드 창업부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까지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
성 회장은 "한류 덕에 K패션에도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최근 'K패션 오디션' 출신 디자이너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협회는 그들 브랜드가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패션 수주회인 '트렌드 페어'도 올해 규모를 확대한다. 성 회장은 "작년까지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만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온라인 기반의 중소 패션 브랜드에까지 문을 넓혔다"며 "양질의 해외 바이어를 유치해 K패션의 글로벌 판로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페어는 오는 8월 21~22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개최된다.
최근 의류 제조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성 회장은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제조업이 저비용 국가로 이전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럼에도 제조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진 디자이너들은 제작 물량이 워낙 적어 해외에서 생산할 수 없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빠른 기술적 피드백이 요구된다. 디자인 카피 방지를 위한 IP 보호도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소규모 제조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성 회장은 "한국의 봉제·재단·샘플 개발 장인들은 손재주가정말 뛰어나다. 우리 의류 제조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계속 전수되게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진행하려 한다. 전문인력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포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기 동안 그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성 회장은 "국내에 독창성을 가진 트렌디한 브랜드가 굉장히 많다. 제 임기 중에 그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한다. 그것에 우리 협회가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성래은 회장 △1978년 서울 출생 △1997년 미국 초트 로즈메리 홀 고교 졸업 △2002년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 학사 △2002년 영원무역 입사 △2016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2022년~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2024년~ 제15대 한국패션산업협회장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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